File:대감집 뜰의 쑥부쟁이.jpg

                   2019년 9월 15일

우거진 풀밭을 거치지 않고 꽃지는 마을에 도달하기 어려우리! 청허(淸虛) 휴정(休靜)의 글이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가을바람에 뭉게 구름이 흘러갔다. 꽃지는 마을에 저녁노을은 한 폭의 그림일 것이다.

친구들과 즐겨 불렀던 “삼포로 가는 길”을 틀어놓고 자동차로 2시간 산길을 달려갔다. 북한강을 끼고 춘천 가도를 달리는 시간은, 내자와 함께 지나간 추억을 곱씹는 시간이다. 현역시절, 코스모스가 보고 싶다는 내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춘천가도를 달리는데, 길가의 코스모스가 강물과 어우러져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다. 화악산 닻꽃을 찾아 간 길도 이길 이었고, 강을 건너면 화야산이다. 이른 봄, 화야산은 야생화 천국이었다.

축령산은 이미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수목원에 들어서자, 가을장마로 불어난 개울 물소리가 운치를 더해갔다. 아름답게 펼쳐진 정원은 동화의 세계다. 우리는 그 동화속의 주인공인 듯, 착각 속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는 가을 들판의 대표적인 우리 꽃이건만 구분하기란 쉽지않다. 대갓집 앞마당에 들꽃이 수집은 듯 피었다. 연못가에는 희귀한 물매화, 금꿩의 다리가 반겨준다.

카메라에 비친 내자는 꽃 속의 소녀 같았다. 내눈이 삐었어도 한참을 삐었다. 노인네가 젊은이들 눈총을 받아가며 2시간 반을 그렇게 수목원을 헤집고 다녔다.

늦은 점심시간, 청국장을 시켜놓고 걱정이 되어 내가 물었다. “피곤하지 않아?” “천국의 神仙이 어찌 피곤함을 알까!”